Plot by Liter
궁의 후원에서 홀로 달 뜬 연못을 바라보고 있는 세자빈. 흰 상복 차림이다. 멀리서 한 귀족가의 여식이 다가온다. 그를 발견한 세자빈은 슬프면서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 귀녀의 손을 맞잡는다. 여식의 얼굴엔 슬픔만 가득하다. 본인이 없더라도 늘 당당히, 자신을 잃지 말고 행복히 살아야 한다는 세자빈의 말에 그냥 자신과 도망을 치자는 여식. 세자빈은 도망가면 나라는 어찌하고 또 가면 얼마나 가겠냐며 백옥 가락지를 빼어 쥐여준다. 그러자 자신의 은장도를 건네는 귀녀. 반드시 다시 만나자고 울며 도망치듯 물러가는 뒷모습을 보던 세자빈은 장도를 소매에 올래 숨긴다.
울음이 가득한 궁을 뒤로하고 화려한 가마가 궁을 나선다. 몇 주 간의 이동 끝에 다다른 곳은 옆 황제국(중국을 상정했음)의 대궐이다. 세자빈은 입궐 직전 자신의 호위 중 하나에게 가마와 선박 위에서 쉴 때마다 작성한 장문의 편지를 주며 반드시 위의 귀녀에게 전하라 명한다. 이미 결심을 끝낸 세자빈. 궐에 들어서면 황제가 기쁜 얼굴로 맞이하며 대신들에게 새로운 빈을 소개한다. 죽은 남편(세자)의 병약함을 조롱하며 이제 대국의 사람이 됐으니 감사히 여김에 마땅할 것이라 하는 황제의 말에 허리를 숙이며 소매 안의 장도를 매만지는 빈.
편지를 받은 여식. 읽어내려가는 편지의 문장과 현실의 장면이 겹쳐진다. 자신의 과거와 귀녀를 만나 즐거웠던 일, 남편이 죽은 뒤의 일, 황제국에서 자신을 탐내 사신이 왔을 때의 심정을 짤막하고 담담하게 토로하던 편지는 곧 그의 계획을 담은 유언이 된다. 밤의 침소로 들어온 황제와 순순히 눕혀진 빈. '나는 황제를 죽일 생각이다.' 그와 입을 맞추며 소매에서 몰래 장도를 꺼내든 빈은 그대로 황제의 목을 깊게 긋는다. '살아남을 수 없을 거다.' 황제의 비명을 듣고 몰려든 궁인들을 마주한 빈. '내세에서 꼭 다시 만나자.' 장도의 끝이 스스로의 심장을 향한다. 떨어져내린 편지의 마지막 글자. '은애한다.'
*세자빈의 상황 : 늦은 나이에 몸이 약한 세자와 혼인했지만 몇 년 전에 만난 여식과의 밀애에 빠져버렸다. 얼마 전 세자가 병사하자 옆 대국의 황제는 아름다운 세자빈을 탐내어 '사제국의 성의'로 빈을 보내라 했고, 힘이 없는 빈의 나라는 빈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빈은 제 목숨을 바쳐 황제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다.
(GL 고정. 상황설명이 가능하다면 전체가 아닌 일부에 집중해도 무방합니다.)
